• 한국, 재생에너지 꼴찌 탈출할 수 있나
    [에정칼럼] COP28 결정된 재생에너지 3배의 의미
        2023년 12월 20일 1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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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8)가 막을 내렸다.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총회이니만큼 결정문 채택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생겼고 최대 쟁점이었던 ‘화석연료 퇴출(phase out)이나 감축(phase down)’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한다는 내용으로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 당사국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3배 늘리고 에너지효율성을 2배 향상시켜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됐다.

    사진=UN

    한국의 올해 기후변화 대응 순위는 64개국 중 61위

    당사국총회 결과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국내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어 보이지만), 한국이 받은 기후변화대응 성적표를 보면, 한국이 회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듯싶다. COP28 기간 중 발표된 주요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한국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4개국 가운데 61번째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로 모두 산유국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꼴찌라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의 이유로는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조정과 화석연료 프로젝트 투자 지속, 바이오매스 에너지 사용 증가 등이 지적됐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정부는 올해 초에 수립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비중)을 기존 185.2TWh(30.2%)에서 134.1TWh(21.6%)로 줄였다. 신에너지(연료전지·IGCC)를 제외한 ‘순수’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 비중은 18.6%에 그친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또 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인 가스발전으로 대체하고 가스발전이 국가 전력에서 상당 기간 상당 부문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제10차 전력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 용량은 2023년 40.2GW에서 2036년에 27.1GW로 다소 줄지만, 가스발전 용량은 같은 기간 43.5GW에서 64.6GW로 증가한다. 한국 정부가 해외 석유와 가스 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산림 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 우려가 있는 바이오매스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낮음’ 평가를 받은 주요 이유였다.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꼴찌

    2022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꼴찌로 확인된다. 한국의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7.7%로, 38개 OECD 회원국 중 38위를 기록했다. 수자원이 풍부한 북유럽 등 국가들을 제외하더라도 주요 선진국인 독일(43.5%), 영국(41.4%), 프랑스(24.5%), 미국(22.3%), 일본(22.0%)과도 큰 차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 비중도 독일(80%), 영국(70%), 미국(50~70%), 일본(36~38%) 등 국가들과 한국(21.6%)은 큰 격차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 신규 설치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만 340~360GW가 새로 설치될 전망으로 중국이 135GW, 미국은 30GW, 독일 10GW, 유럽 전체로는 60GW 신규 설치가 예상됐다. 반면에 올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한 것 같다. 현재까지 전력거래에 참여하는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약 2.7GW로, 전년(2.8GW)보다도 줄어든 상황이다.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와 태양광발전 설비는 2020년을 정점(재생 4.6GW, 태양광 4GW)으로 감소 추세다.

    국내 태양광 전력시장 신규 참여 용량 추이
    자료: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시스템(https://epsis.kpx.or.kr/epsisnew/)을 토대로 작성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는 정부가 올해 1월 수립한 제10차 전력계획상 목표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른 2022년 태양광발전 설비량은 22,100MW인데, 실제 설비량은 20,975MW였고, 2023년 목표는 25,150MW이지만 현재까지 23,696MW에 그친다. 풍력발전도 2023년 목표가 2,247MW인데, 현재까지 2,051MW 수준이다.

    재생E 지원 제도 폐지·예산 축소…국내 태양광 산업 피해 확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을 줄였고,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를 지난 7월 폐지했으며, 2024년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지원’ 항목 예산을 올해보다 42.3%, 2022년 예산보다는 52.2%나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 후폭풍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 전반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 태양광 생산 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 태양광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국내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인 한화솔루션이 음성 공장 가동은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중견기업이 신성이엔지, 태양광 시공업체인 에스디와 풍산파워텍 등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합의된 온실가스 배출량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43%, 2035년에는 60%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이 되어야 한다. 2025년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5도에 부합하는 야심차고 강화된 계획이 되어야 한다.

    11차 전력계획에 2030년 재생에너지 3배 증가 반영돼야

    우선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3배 늘리기로 한 만큼 2024년 수립 예정인 제11차 전력계획을 이를 반영해야 한다. 또한 RE100 등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만큼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량 목표를 대폭 높여야 한다. 목표 상향에 따라 RPS 의무공급비율을 재상향하고 소규모 FIT제도 등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예산도 최소 2022년 수준(약 1.3조원)으로 복원하거나 증액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지역별 RE100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공공 RE100을 시행하면서 기업·산업단지 RE100(공장 지붕 태양광) 추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먼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공 RE100’, 재생에너지 부지 발굴 및 RE100 기업과의 협력 방안, 이격거리 등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RE100 마을’ 사업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모든 걸 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5년에 60%를 줄여야 하는 경로에 도달하기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재생에너지 꼴찌에서는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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